2014. 9. 3. 00:42

13일이 월요일이라 드디어 나비고를 끊어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여기저기 부담 안가지고 돌아다닐 수 있는게 장점이긴 했는데, 우리는 살을 빼야한다는 숙명을 타고 났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걸었다


일본에서도 그렇고 파리에서도 그렇고 어차피 불어로 오랜 시간 얘기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어학 능력은 그냥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소리를 그냥 듣고있자니 말그대로 충격 그 자체다. 말이 아니라 그냥 옆에서 들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어온다는 느낌이었다. 농담을 하는거 같기도 하고 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한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는건 정말 답답하고 슬픈 일이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밥을 먹었는데 밥이 생각보다 정말 맛있다. 사진을 찍었어야 됐는데 형이 안찍는 바람에 사진이 없다. 소고기와 양고기를 선택할 수 있었고, 디저트에 빵에 사이드 메뉴까지 말그대로 호화판 그 자체다. 사실 가격이 6유로라서 절대로 싼건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급식이라면 정말 절하고 먹을 정도의 수준이다. 학생들은 공짜라고 했다. 나도 학생인데... 어쨌든 오랜만에 과일도 먹고 후식다운 후식도 먹고 전채도 먹으니 살것 같았다. 같이 나온 야채까지 전부 다 긁어서 먹었다. 민박집 밥에 시달리다보니 이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근처에는 로댕 박물관이 있었다

사실 로댕 박물관이라고 하기 좀 쑥쓰럽게도 안에는 모조품이 꽤 많고 그냥 조각이 많은 그런 박물관이다

기념품 가게는 정말 더럽게 비싸다




그리고 우리는 로댕 박물관에서 오르세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는 이런 성당도 봤는데, 사실 그렇게 오래된 성당은 아닌 것 같았는데...(맞나?)

그것보다도 파리에서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건 정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날도 그러고 나서 밤에는 비가 조금 축축하게 왔었다.


애석하게도 들어가면서 오르세 미술관 외관을 찍지 못했다. 그래서 보니 밤에 찍은거만 남아있다.

사실 미술의 힘이라는게 대단한건지 아니면 주변의 분위기가 대다ㅓㄴ한건지 괜히 안내서가 사고싶어질 정도였다. 나의 떨어지는 감상 능력이 슬프기도 하고. 형을 잡았다 놓쳤다 하면서 이 그림 저 그림을 보기도 하고, 먼나라 이웃나라 개관편에 잠시 소개된 미술사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랬다. 루브르보다는 확실히 충실히 돌아다니면서 봤다. 애석한건 여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없다. 


클램프의 홀릭을 본 사람이라면 알 것도 같은데(?)

중간에 절벽에서 사람 밀쳐 떨어뜨리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그림은 그 상황이 문득 떠올라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인 듯 한데도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든다.


명작들을 보고서 괜히 마음이 설레서 구두쇠인 나도 책갈피랑 엽서도 사왔다. 왠지 안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가지고..


그리고 RER을 타고 어제 못갔던 모네 미술관으로 가기로 했다.


RER 오르세 역. 지하철 역도 세련된 미술품으로 꾸며두었다.

RER은 공항에서 올 때 이후로 처음 타는거라 혹시 차비 더 내라고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벌벌 떨었는데

그냥 지하철 타고 다니는 구간 갈때는 동일한 돈을 내고 다니면 된다



미술에 일가견이 있는 형은 모네 미술관 가는게 엄청 기대되는 느낌인 것 같았다. 사실 역에서 내리고 찾아가기가 영 힘들어서 약국 들어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꽤 헤맸는데 가는길이 꽤 멀다. 나는 사실 미술과 개인을 추종하지는 않다보니 거기서 느낀건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던가 하는 사람들 생가에 오면 이런 느낌이려나?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노년기의 그림은 누가봐도 걸작이야~ 하는 느낌은 아닌데 (이거야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어째서 이렇게 인기가 있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안타까운건 아무래도 뮤지엄 패스에 여기 이름이 안쓰여있어서 혹시나 돈 받는건가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카운터에 있던 아시아계 아줌마는 우리에게 "뭐 이딴걸 들고왔냐?" 하는 표정으로 그건 안된다고 거부했다. 다행히 국제학생증 가지고 할인은 해줘서 5유로로 들어갈 수는 있었다. 같은 아시아계면서 왜이리 까칠한지 모르겠다.


모네의 그림은 이렇게 센 물감(?)등으로 칠해져서 무거울 것 같은데도 색 표현이 부드러운 느낌이다


일단 저녁먹으러 잠시 민박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우리는 몽파르나스 역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러 갔다. 유레일 패스를 사긴 했는데 우리는 장기간이라서 독일 쯤 부터 쓰기로 한 관계로 여기서는 표를 끊어야된다. 일찍 예매를 못하는 바람에 고급 열차를 타야되서 69유로나 뜯겼다. (지금 생각하면 잘 알아봤으면 좀 쌌을지도 모른다..흑흑)


생각보다 역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지하철 몽파르나스역에서는 1유로짜리 킷캣(...) 큰 봉투를 살 수 있었고 재밌는 과자도 몇개 사서 먹었다. 우리가 진짜 못된게 사놓고 이거 뭐 문제있는 음식이 아닌가 의심까지 했다. 싸게 팔아도 의심하는 불쌍한 현대인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겠다.

기차표 예매 줄에서 만난 노동자 아저씨는 우리가 헤맬까봐 먼저 말을 걸어서 도와주면서 원래 한국 서울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서 엄청나게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곳은 비자가 있어서 안정되게 생활할 수 있지만 월급이 너무 적다며 한국에 가고싶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처우 문제가 자주 나오는데 그래도 나름 괜찮은 생활을 하고 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비자가 없었다는거 보니 불체자였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100% 완벽한 한국어가 아니라서 내가 못알아 들은걸 수도 있다.

앞의 프랑스인도 우리한테 벨기에 가는 기차표 예매 가능한지 물어봐주겠다면서 일단 창구에서 물어보고 이 카운터 사람은 영어 할 줄 아니까 예매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기까지 했다. 고마워라..




뮤지엄 패스를 장기권으로 끊은게 아니라서 빨리 이것저것 보고 해치워야 해서 우리는 어딜 갈까 하다가 개선문을 가기로 했다. 다시 찾아간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위에서는 파리의 모든 방향을 탁트이게 볼 수 있다.

이쪽은 파리 신도시인 라데팡스 방면.

정문에 라데팡스 개선문이 보인다.

애석하게도 나는 라데팡스는 못가봤다.


올라가는 동안 엄청난 계단은 정말 사람 쇼킹하게 만들긴 하지만, 성취감(?)도 들고 좋다. 사진에 나온 씁쓸한 내 얼굴은 누굴 탓할 수 없는 문제니 그렇다 치고. 파리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쪽은 파리의 상징 그 자체인 에펠탑 방면이다.

좌측에는 몽파르나스 역도 보인다.

개선문에서 보면 파리의 격자형 도로가 잘 보인다.




개선문 안쪽에는 이름없는 용사의 묘지가 있다.

그리고 묘지의 저편에는 샹젤리제 거리와 밝게 빛나는 콩코드 광장의 관람차가 보인다.

Posted by sherry_ap